2009년 12월 2일
오늘도 칙칙한 연무가 낀 뿌연 날씨였다.
벌써 며칠째 이와 같은 날의 연속인지 짜증스럽다.
내일은 비가 내린다하니 오히려 좋다. 찬비가 세차게 내렸으면 시원하겠다.
저마다 개성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는 흐릿한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선명하고 뚜렷하고 분명한 걸 좋아하기에 맑고 투명한 날씨를 선호한다.
시흥늠내길 시작점인 시흥시청으로 가는 길이 편했다.
얼마 전 다녀왔던 관계로 지리도 익숙하고 시흥청사도 주차장도 모두가 낯설지 않았다.
잘 갖춰진 길안내 표식을 따라 내딛는 숲길 시작점에서부터 조짐이 좋았다.
부드러운 흙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좋았다.
길이 사납지 않아서 좋았고 수북이 쌓인 낙엽 밟을 때마다 밑에서 들려오는 아우성 소리도 좋았다.
걷노라니 불분명한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있는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지막한 산등성이지만 배경처리가 연무로 아웃포커스가 되어 겨울 나목들이 제법 폼나게 보여 졌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비가 와서 좋고
눈이 내리면, 눈이 와서 좋고
걷는 내내 사계절 어느 때 걷더라도 썩 좋을 늠내 숲길이 이웃마을에 존재한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굳이 먼길 떠나 걷지 않아도 좋은 시흥 늠내숲길을 조성해주신 시 관계자들께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성함조차 모르는 시흥시장님이다.
분명히 성남시 청사를 그렇게 호들갑스럽게 지었다는 개념 없는 이대엽과는 전혀 반대의 이미지를 지닌 훌륭한 시장님일거다.
진즉에 나는 알았다.
가식과 허세에 있어 연예인과 정치인은 서로 그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말이다.
헌데...연예인 출신으로 노회한 정치인이되었다라면 극치가 아니겠는가? 성남 신청사는 이미 예견된 결과물일 뿐인 것이다.
"날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글이라도 끝맺음 분명히 하려 매 줄마다 다자로 끝냈다."
시흥시청 정문 건너 우측으로 150미터 지점이 시작점이다.
봉우리 중 가장 흔한 이름이 옥녀봉이지만, 옥녀를 만난 일은 단 한 번도 여적 없다.
가을 길
군자봉
나는 이런 길이 좋다.
점점 더 깊이 걸어들어가면 옥녀가 나타날 듯한 신비로 가는 숲길
진덕사 황금 붕어가 풍경에 매달려 있으나 바람이 없어 존재를 알리는 소리도 없었다.
낙엽 카펫트
소박하지만 분명한 길 안내 표식
나무가 줄지어 있으니 인공적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이다.
산등성이 겹쳐보이니 제법 심산유곡에 들어선 듯 하였다.
검은 흙길
기둥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봉우리가 군자봉이다.
숲길을 걸으며 볼 거리도 쏠쏠하다.
선사 유적공원인데...우리네 선조가 백인이었던가? 유감스러웠다.
시흥 늠내숲길 코스는 13km다.
산책코스와 같은 비교적 평탄한 길을 혼자 열심히 운동삼아 걸었기에 시간은 예상보다 많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아내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을 수 있었다면 보다 여유롭고 즐겁게 게으른 산책을 하였을 것이다
지난 번에 아쉬움을 스스로 보상했다.
간짜장 곱배기를 게눈 감추듯 아주 맛나게 먹고 6,000원을 냈다.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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