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12코스
2010년 5월 2일
무릉2리-녹남봉-신도바당올레-신도포구-수월봉-엉알길-당산봉-용수포구 절부암 (17.6km)
11코스가 끝나고 12코스가 시작되는 무릉2리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에 발걸음 목적지는 딱히 정하지 않았기에 어둠이 내리기 전 땅거미가 깔릴 때까지 무작정 목적지 없이 걸을 작정이었다.
12코스는 언덕을 오르고 바닷가를 걷는 일을 반복하며 나아가게 되는데 눈에 들어오는 꽤 괜찮은 경치도 마음에 차지 않았던 것은 오직 수월봉과 엉알길의 풍경만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수월봉에서 바라보는 차귀도 낙조는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제주에 오면 반드시 촬영해 봐야할 풍경으로 나는 작년 5월 말에 카메라 들고 이곳을 다녀갔을 때 수월봉에서의 조망 풍경과 엉알길의 경이로운 지리적 형상에 감흥되어 셔터를 연속으로 누른바 있었던 까닭에 의도치 않았어도 그리운 곳으로 마음 저변 한 구석 깊숙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월봉에서 차귀도와 그 이웃의 아름다운 섬들이 어울려 빗어내는 기막힌 풍광을 바라보느라 발길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불현듯 작년에 단애 위 아찔한 지역에 피어있었던 들꽃이 살아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꼿꼿이 피어나있었고 그때보다 가족이 늘어난 듯 보였는데 마치 지나간 옛사랑을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절부암을 지나 올레13코스 길 따라 충혼묘지 정거장까지 마라톤 풀코스와 비슷한 42.1km를 하루에 걸은 후 숙소로 가는 모슬포행 버스에 몸을 실은 시간은 18시경이고 20시 KBS다큐 위대한 산악인 오은선 대장의 안나푸르나 등반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지하게 보고는 제주에서의 이번 여정 마지막 밤이 깊어가는 내내 팬션 창문너머 희미한 밤바다 풍경을 보며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자아도취 되어 캔맥주를 따고 또 따고를 네 번이나 했는데 그것은 전날 마트에서 쇼핑한 먹거리를 남기고 가지 않기 위한 재고 처리 과정으로 나에게 있어 강행군이었다.
위 아래 사진의 앵글은 다르지만 11개월 이라는 시차를 둔 같은 꽃무더기다.
바다에는 섬이 있고, 배가 있고, 사람이 있다.
이상의 사진은 11개월 전 촬영한 것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모습을 접하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큰 구렁이와 마주치기는 난생 처음이었는데 눈이 마주쳐 놀라 뒤로 물러서자
얼마쯤의 시간이 지난 후 구렁이는 스르렁 스르렁 풀섶으로 사라졌다.
올레길 누적거리 ; 206.7km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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